[페르시아 전쟁] 영화 300의 거짓말..

페르시아 전쟁 - 8점
톰 홀랜드 지음, 이순호 옮김/책과함께

300이라는 영화를 기억하시나요? 레오니다스라는 스파르타 왕이 300명의 최정예 부대와 함께 수십만의 야만적인 페르시아 군대에 맞서 최후의 1인까지 결사 항전을 하는 내용의 영화이죠. 스파르타 군인들의 훌륭한 체격과 복근으로도 유명해졌던 영화입니다.
저도 잘 몰랐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300이라는 영화가 참 한심스럽게 느껴지더군요. 뭐.. 상업성이 농후한 서양 위주의 관점에서 미화시키다 보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 그래도 페르시아 왕인 크세르크세스를 무슨 사이비 종교 지도자로 묘사한 모습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요.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지식을 넓히다 보면 세상의 거짓이 보인다고 하던데.. 정말 맞는거 같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생각을 할까봐 좀 걱정도 듭니다. 오락 위주로 보고, 그냥 복근이나 감상하면서 전투신만 보면 된다고 생각하면 할 말이 없지만..

그리스와 페르시아는 사실 비교 자체를 하면 안될 정도로 차이가 컸습니다. 참주를 통한 민주주의는 그리스 문명의 훌륭한 단면이지만, 나머지는 문명 차이가 많이 났죠. 미개한 그리스에 비해 페르시아는 훌륭한 문명 선진국이었습니다. 지금의 이란인 페르시아부터 메디아, 바빌로니아(이라크), 이오니아(터키), 이집트, 마케도니아까지 페르시아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현재 카르타고(리비아), 이스라엘, 시리아 등도 페르시아를 따르고 있었죠. 반면에 그리스는 도시 국가들로 나누어서 서로 싸움질이나 하고 있던 상태로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스파르타, 테게아, 아르고스, 코린토스, 트로이젠과 아티카의 테베, 플라타이아이, 메가라, 아테네 등이 대표적인 도시국가 였습니다.

영화 이야기를 잠시 하면, 스파르타가 테르모필라이에서 한창 싸우고 있을 때 아테네를 주축으로 하는 그리스 해군은 페르시아 해군에 맞서 아르테미시움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만약, 그리스 해군이 이곳에서 지면, 페르시아 해군이 테르모필라이 남부에 상륙하여 레오니다스 후위를 칠 수 있었지만, 다행히 그리스 해군이 잘 막아냈죠. 이때 페르시아 함선이 약 3배 정도 많았다고 합니다. 테르모필라이를 통해 그리스 남부로 내려가기 위한 페르시아 전략은 상당한 차질을 빚었지만, 파르나소스산을 경유하는 길을 밀고자부터 들은 페르시아 정예 부대가 레오니다스 후위를 공격함으로써 스파르타 군은 전멸합니다. 스파르타의 중장보병은 병진을 형성하여 한 방향으로 돌파하거나 사수하는데 유리하지만, 숫적으로 열세인 상황으로 포위된 상태에서는 그들도 어쩔 수 없었죠. 사실 이때 테르모필라이에서 전사한 군인들은 연합군으로 약 1500명 정도였다고 합니다. 파르나소스산 정상을 통하는 우회로를 지키고 있던 1000명의 포키스군도 있었으니 300명만 영웅시 되는 것은 좀 아닌거 같네요. 그들의 용기와 강인한 정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는 합니다.
레오니다스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그리스 해군도 살라미스섬으로 후퇴합니다. 아테네를 포기하고, 해군 기반으로 군대를 양성하여 살라미스섬을 지킨 아테네 사령관 테미스토클레스는 레오니다스와 함께 그리스 영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원전 480년 크세르크세스는 아테네에 입성하지만, 곧이어 페르시아 해군이 살라미스 해전에서 치욕스런 패배를 당함으로 인해 그리스 연합군 본거지를 점령하지 못하고, 측근이었던 마르도니우스를 남겨 놓고, 리디아 중심도시 사르디스로 돌아갑니다.
기원전 479년 그동안 힘을 모았던 스파르타군이 플라다이아이 전투에서 테르모필라이 전투 이상으로 복수를 하게 되고, 이오니아 근처의 미칼레에서 그리스 연합 해군이 페르시아 해군에 결정타를 날림으로써 페르시아는 더 이상 그리스를 넘 볼수가 없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엄청난 제국이었던 페르시아가 너무 쉽게 무너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너무 멀어서 병력 지원이 여의차 않았고, 험준한 산악 지형으로 되어 있는 그리스에서는 페르시아 기병이 제대로 힘을 내지 못했다는 점. 페르시아 해군이 여러 국가에서 착출되어 연계가 미약했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어려운 전투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삶의 터전과 자유를 지키려는 강력한 의지가 그리스 힘의 원천이었고, 강인한 정신을 가진 왕과 위대한 전술가를 만나 꽃을 피워 그리스를 지켜내었던 거 같습니다. 

이후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지만, 이책에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영화 300보다 훨씬 흥미진진한 내용이 많으니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그리스가 페르시아를 물리쳤으니 이제 그리스의 최강자를 가려야겠죠. 바로 펠로폰네소스 전쟁입니다. 스파르타가 그리스의 패권을 차지하지만, 힘이 많이 약해졌고, 페르시아도 많이 약해진 상태에서 페르시아, 그리스 그 다음은 어디일까요? 바로 마케도니아입니다. 마케도니아 알렉산도르스 3세가 어떻게 그리스, 페르시아를 굴복시켰는지 궁금하네요. 어서 관련 책을 찾아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