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이네 여름휴가 세째날

조용한 아침.. 시원하고 맑은 공기를 만끽하며 창문을 열고 깊은 숨을 들이키면서 맞는 아침..
이런 아침을 기대했건만.. 아침부터 시끄럽고 어수선한 소리에 잠이 깨었다.
아.. 민박집이란 원래 그런 것인데 미처 잊어먹었던 거 같다. 독립적인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옆방 또는 마당 건너편 방에서 일찍 일어난 사람들이 아침 식사 준비를 하느라 부산을 떨다 보니.. 조용한 아침은 이미 얻을 수 없으리건만..
그네들 입장에서는 아침 식사를 빨리 하고, 그날의 일정을 해야 하니 이해하지만, 그래도 주변 사람들을 좀 더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 음.. 늦잠을 잔 우리 가족도 문제일 수 있지만. 그런데, 놀러 와서도 일찍 자도 늦잠을 자니.. 정동진 같은 곳에서 일출 보기는 정녕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세째날 일정은 땅끝 마을과 송호리 해수욕장 아니면 사구미 해수욕장을 가는 것이었다. 이곳을 통하는 77번 도로도 드라이브하기에 정평이 나 있기 때문에  해안 드라이브는 덤이었다.
땅끝 마을이 가까워 지면서 관광객이 많아졌다. 땅끝 마을도 역시 유명세를 타다 보니 발전이 많이 된 것으로 보였다. 식당, 민박, 콘도.. 땅끝 마을 전망대로 걸어가려면 한 40분.. 모노레일을 타면 한 5분이 걸린다고 해서 전망도 볼 겸 모노레일을 타려고 했지만, 하은이가 무섭다고 하는 바람에 결국 포기했다. 날씨가 많이 더웠기 때문에 하은이를 데리고, 40분 걷기도 어려울 거 같고, 그냥 밑에서 와.. 땅끝 마을이다라고 마음속으로 외치는 것으로 끝내기로 했다. 이 전망대로 올라가는 모노레일이 위치한 주차장은 다소 협소해서 주차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제일 문제인 것은 그냥 길가에 무단주차하는 차들이 많아서 왕복 2차선이 1차선으로 변하는 바람에 한 번 막히면, 대책이 없었다. 나중에 늦가을, 초겨울 한가한 때 오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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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을 따라 한 40분 올라가면, 땅끝 마을 전망대가 나온다고 한다. 사진의 왼쪽이 바로 바다가 보이는 전망이라서 땅끝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부족하지는 않다.


땅끝 마을에서 사먹은 옥수수는 정말 맛있었다. 해남은 또 무화과가 유명해서 많이 팔고 있었는데, 한 번도 안 먹어봐서 그냥 지나쳤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서 먹어볼 것을.. 약간 후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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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전망대 아니다. 그냥 땅끝 마을 진입하기 전에 있는 안내석이라고


77번 도로를 따라 송호리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해변가에 있는 소나무 숲이 참 운치있어 보였는데, 이미 소나무 숲에 빼곡하게 들어선 사람들을 보니 우리 자리는 없을 거 같았다. 여기는 명사십리 해수욕장보다 주차장이 더 없어 보였다. 자가용으로 돌아다니면 기동성이 확보되어 한층 편하기는 하지만, 주차장 찾기가 참 어렵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뭐, 성수기이다 보니 어쩔 수 없겠지만.. 사구미 해수욕장이 그다지 멀지 않기 때문에 일단 사구미 해수욕장을 가보기로 했다.
사구미 해수욕장은 송호리 해수욕장보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인지 진입로를 못 찾아서 그냥 지나칠 뻔 했다. 그런데, 정말 한적하다. 사람이 너무 없다 보니 차로 해변가로 바로 가서 차옆에 텐트를 쳐도 될 지경이었다. 모래가 다소 투박하고, 해안가도 좀 지저분하고, 역시나 물은 그리 깨끗하지 않다는 점만 빼고는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정도이면, 가족 모두 짐 걱정안하고, 같이 바다에서 놀 수 있을 거 같아서 이곳에서 오후를 보내기로 했다. 하은이도 비교적 덜 무서워 해서 재미있게 놀 수 있었다. 어른 튜브 하나를 빌려서 둥둥 떠다니는 기분도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거 같다.
어두워지기 전에 숙소로 복귀하기 위해 샤워하고, 짐을 챙기는 중에 해수욕장에서 맨손으로 물고기 잡기 행사가 있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하은이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거 같았지만, 이미 떠날 준비를 다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그냥 철수하기로 했다. 좀 일찍 방송을 해 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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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노란색 큰 튜브위에 타서 둥둥 떠다니면 아무 생각이 안난다. 그냥 물위에 떠 있는 기분만 느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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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그만 천막은 여행가기 전에 공짜로 우연찮게 얻은 것인데, 정말 유용하게 잘 썼다. 사구미 해수욕장은 그나마 개발이 덜 되어서 한적한 해수욕장을 원하는 가족에게 추천한다.


역시 한적하고 조용한 해남 도로에서 드라이브 기분을 맘껏 느끼며 숙소로 돌아왔다. 어느덧 마지막 밤이라서 아쉬움이 몰려왔지만, 낮에 노느라고 피곤해서 곧 잠에 빠져 들었다. 하루 더 연장해서 진도 좀 갔다 올까 생각도 했지만.. 회사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이내 마음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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