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 8점
신경숙 지음/문학동네

신경숙님의 소설은 처음 읽어 봤습니다. 그전의 '엄마를 부탁해', '리진' 같은 베스트 셀러도 많았는데, 전 그다지 베스트 셀러를 찾아서 읽지 않기 때문에 이제서야 신경숙님의 작품을 접하게 되었네요.
문체의 특징이라고 할까요? 아니면 서술적인 표현의 특징이라고 해야 할지..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그대로 서술하지 않고, 그들이 하는 행위나 말을 통해 감정을 표현한다는 점이 특이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그들의 행동이나 말로써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읽게 되더군요. 소설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는 요소인거 같습니다.

서로 다른 4명의 젋은이들을 소설을 통해서 지켜보면서 계속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그들이 이해가는 것은 아닙니다. 계속 왜, 하지마, 무엇때문에를 마음속으로 외치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저보다 선배 세대였을 것인데, 그들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도 어쩌면 사치스러운 발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저하고 정말 가까운 가족이나 친한 친구에게 같은 일이 닥친다면, 과연 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요? 윤교수가 말한 크리스토프처럼 묵묵히 견디어 내며 강을 건널수 있을까요? 마음속의 그 큰 아픔을 움켜쥐며 서서히 저의 길을 갈 수 있을까요?
정녕 모르겠습니다. 그들에게 아픔을 준 이 사회와 군대의 부조리, 폭력, 비이성적인 모습에 화를 내며 저라면 어떻게 할 수 있었을지.. 
이런 아픔을 표현한 이 소설은 아픔만이 아닌 희망도 이야기합니다. 윤교수를 통해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통해 크리스토프처럼 절망하지 말라고 합니다. 아픔을 견디지 못한 이들이나 아픔을 받아들이면서 어쩔수 없이 참고 있는 이들이나 누가 올바른지 섣불리 판단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크리스토프처럼 아픔을 견디고 이겨나가야 하겠죠. 누가 알까요? 강을 건너기 위해 어깨에 짊어진 큰 부담이 정말 이 세상만큼이나 소중한 것일지..

실종, 의문사를 생각하면서 이번 천안함 사태를 생각합니다. 진실이 무엇인지 아직까지도 저는 모르겠습니다. 유가족분들은 알 수 있을까요? 그 많은 의혹을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하는 현실과 그런 현실을 만들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답답합니다. 언젠가 알 수 있기를 진정으로 바랍니다.

제가 아끼는 흑색 가죽 재질의 노트가 하나 있습니다. 시아크사에서 만든 노트인데, 그동안 주로 업무 내용을 많이 적었습니다. 명서의 갈색노트가 생각납니다. 앞으로 저도 제가 아끼는 제 노트에 저만의 모습을 담아야 하겠습니다. 이미 젊은날은 지나서 늦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비야님이 이야기한대로 축구를 인생에 비유했을 때 아직 전반전도 끝나지 않았는데, 시작하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은 아닌거 같습니다. 
언젠가 저의 노트를 보면서 그때 내가 뭘하고 있었지, 내가 뭘 생각하고 있었지를 돌이켜 볼 수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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